미국 vs 한국의 '배심제' 이야기 - 재판, 누가 판단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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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한국의 ‘배심제’ 이야기 – 재판, 누가 판단할까요?

재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미국에서는 여러 명의 시민들이 앉아 유죄인지 무죄인지 심각하게 논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죠. 반면, 한국에서는 근엄한 판사님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모습이 익숙하실 거예요.

왜 이렇게 다를까요? 바로 ‘배심제’라는 제도 때문인데요. 오늘은 미국은 왜 배심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한국은 어떤 방식을 따르고 있는지, 그리고 2025년 현재 우리의 국민참여재판은 어떤 상황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 보려고 합니다.

미국 vs 한국의 ‘배심제’ 이야기 – 재판, 누가 판단할까요?

🇺🇸 미국은 왜 ‘시민의 판단’을 선택했을까요?

미국은 나라를 세울 때부터 ‘권력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어요. 왕이나 소수의 권력자가 법을 멋대로 휘둘러 억울한 사람을 만들었던 역사적 경험 때문이죠. 이런 배경에서 ‘시민들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여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철학이 탄생했습니다.

역사 속 중요한 순간들

  • 존 피터 젱거 사건 (1735년): 뉴욕의 한 인쇄업자가 총독을 비판했다가 재판에 넘겨졌어요. 법대로만 하면 유죄였지만, 시민 배심원들은 ‘진실을 말한 것은 죄가 아니다’며 무죄 평결을 내렸죠. 시민의 양심이 권력을 이긴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 보스턴 학살 사건 (1770년): 시위대에 총을 쏜 영국군 병사들이 재판을 받았습니다. 시민들은 당연히 유죄를 원했지만, 배심원들은 감정이 아닌 증거를 바탕으로 무죄를 선고했어요. 이는 시민의 이성적인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이런 경험들을 통해 미국은 헌법에 ‘시민 배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못 박았습니다. 배심제는 단순한 재판 절차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방패처럼 여겨지고 있답니다.

미국의 배심원은 어떻게 재판할까요?

미국 배심제는 대체로 이런 과정을 거쳐요.

  • 배심원 선발: 유권자 명부 등에서 무작위로 시민들을 뽑아 소환장을 보냅니다. 출석은 의무예요!
  • 후보자 심문 (Voir Dire): 재판 당사자들이 배심원 후보자들이 사건에 대해 편견이 없는지 질문하고 적합한 사람 12명을 최종 선정합니다.
  • 재판 진행: 선정된 12명의 배심원은 판사와 함께 앉아 증거와 증언을 모두 듣습니다.
  • 유무죄 판단: 재판이 끝나면 배심원들끼리만 격리된 공간에서 논의하여 유무죄를 결정합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12명 전원의 의견이 일치해야만 평결이 성립돼요. 외부 정보는 완전히 차단됩니다.

다른 나라들은 왜 배심제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미국과 달리, 판사가 중심이 되는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많은 나라들은 배심제 전면 도입에 조심스러워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1. 전문성 부족: 복잡한 금융 범죄나 어려운 의료 소송 같은 사건은 일반 시민이 모든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2. 감정적·편향적 판단: 재판 중 피고인의 외모나 특정 인종, 성별에 대한 편견 또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요.
  3. 일관성 부족: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배심원들이 선정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 배심원의 안전 부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는 사건의 배심원으로 참여할 경우,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은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시민이 재판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배심제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어요.

국민참여재판은 특정 대상 사건에 한정되어 적용되고, 피고인이 원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배심원들이 내린 유무죄 평결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고 단지 판사에게 ‘권고’하는 효력만 가진다는 점입니다. 최종 결정은 여전히 판사가 내립니다.

2025년 현재,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도입된 지 16년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예전보다 활용도가 줄어들면서 제도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고 해요. 전면적인 배심제 도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성, 효율성, 공정성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성동구에서는 2025년부터 구청장 공약을 평가하는 주민배심원 제도를 운영하는 등, 시민 참여 제도가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마치며

미국과 한국의 배심제(또는 국민참여재판)는 단순히 재판 방식의 차이를 넘어, ‘사법 권력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차이를 보여줍니다. 미국은 시민의 손에 그 힘을 더 많이 실어준 반면, 한국은 아직 전문가인 판사에게 최종 판단 권한을 두고 시민 참여는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시민의 사법 참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계속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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